우리는 왜 '고도'를 기다리는가 –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고도가 오지 않으면?”
“그럼 내일 다시 오자.”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지만, 모든 것을 말하는’ 작품입니다.
고도가 누구인지, 무엇을 상징하는지
작가는 끝내 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모호함 속에 현대인의 실존이 투영되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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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다림’이라는 부조리한 삶의 은유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오늘도 나무 아래에서 고도를 기다립니다.
어제도 그랬고, 내일도 그럴 겁니다.
하지만 고도는 오지 않습니다.
이 희곡은 ‘기다림’ 그 자체를
인간 존재의 핵심적인 상태로 제시합니다.
무언가를 기대하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그 기다림 속에서 정작 삶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반복의 연속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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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의미 없는 시간, 그러나 떠날 수 없는 자리
두 인물은 떠나자고 말하지만,
끝내 움직이지 않습니다.
“가자.”
“…그래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 짧은 문장 안에는
결정과 행동 사이의 단절,
인간 내면의 무기력,
그리고 희망 없는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실제 시간이 아니라 정지된 심리적 시간을 보여줍니다.
그 정체된 시간 안에서
우리는 존재의 무게를 체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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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부조리극, 웃음 속의 깊은 비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한 편의 희극처럼 보입니다.
두 인물은 우스꽝스럽고, 말장난을 하며,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죠.
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깊은 슬픔과 허무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부조리극의 핵심입니다.
삶은 때로 웃을 수밖에 없는 비극이라는 것.
말도, 행동도, 상황도 논리를 따르지 않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우리는 진짜 현실과 맞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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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고도는 누구인가? 혹은 무엇인가?
고도(Godot)는 누구일까요?
신(God)?
구원?
미래?
사랑?
사회적 구조?
그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모두 ‘고도’를 기다리는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언제 올지 모르는 어떤 것,
혹은 영원히 오지 않을지 모를 누군가.
그 기다림 자체가
우리를 살게도,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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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고도를 기다리는 것은 우리 자신의 이야기
『고도를 기다리며』는 시대를 넘어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사회적 성공을 기다리고,
관계를 기다리고,
변화를 기다리며
우리는 매일 같은 자리에서 비슷한 말을 반복합니다.
그렇다면 진짜 중요한 건
고도의 정체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기다리는가입니다.
어쩌면 그 기다림 속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시작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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